임자도 기사 났네요.

2004년과 2005년에 연거푸 한살림 조합원 가족들과 함께 다녀간 당시 '일원수서지역한살림' 회원(지금은 대전으로 이사했거든요)입니다.

언제나 다시 가고픈 섬. 임자도! 그리고 마하탑!!

염전과 갯벌 체험, 그리고 고사리 뜯고 바다에 나가 고둥 잡고 백사장에서 아이들과 공차던 그 기억들, 생산자님들이 찾아오셔서 숭어회에 막걸리잔 기울이며 얘기 나누던 그 때......

오늘 신문기사 보면서 다시 그 옛날이 새록새록 그립습니다.




와 크다! 임자도 민어란 놈 임자 만났네

| 기사입력 2009-08-14 02:48


송도수협위판장 바닥에 줄지어 늘어선 거대한 민어들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가을 전남 목포시를 찾았을 때다. 민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만났다. 맛도 맛이지만 그 크기에 깜짝 놀랐다. 횟집 주인이 들고 들어온, 난생 처음 본 그 놈은 길이가 1m를 훌쩍 넘었다. 죽은 놈이었지만 주인은 가만히 들고 있기도 힘겨워 했다.


생선이라기보다 징그러운 짐승 같았다. 이 흉측한 놈들은 도대체 어디서 잡아 오는 거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목포 앞바다 전 수역에서 민어가 나지만 역시 최고는 임자도 근해에서 잡힌 것이라고 했다.


안도현 시인이 '혹여 전화하지 마라/올 테면 연분홍 살을 뜨는 칼처럼 오라/바다의 무릉도원에서 딴 복사꽃을 살의 갈피마다 켜켜이 끼워 둘 것이니'라고 노래한 복사꽃 빛깔의 민어회 한 점을 씹으며 민어떼 울음 소리에 잠들지 못한다는 임자도의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려 왔다.


임자도의 민어는 예전 궁으로 보내졌던 귀한 진상품이었다. 삼복 더위를 달랠 복달임 음식 중 그 으뜸이 민어탕이고, 다음이 도미탕이고, 세번째가 보신탕이라 했다. 백성 민(民)자가 들어간 물고기지만 주로 양반네들 차지였다. 서민들은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던 귀한 생선이었다.


예전 파시 중 가장 컸던 게 임자도 민어 파시라고 한다. 일제 때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앞에 있는 타리도에서 민어 파시가 열렸다. 해방 이후 민어 파시는 인근의 재원도로 옮겨가 1980년대까지 큰 성황을 이뤘다. 섬과 섬 사이를 배를 밟으며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어선이 많았다고 한다.



찾는이 드물어 한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임자도의 어머리해수욕장. 뒤편에 보이는 굴이 용난굴이다.


배가 몰리면 돈이 몰리고, 그 돈을 따라 색싯집 여자들도 몰려들던, 풍요로 흥청대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파시의 풍경을 이제는 임자도 가는 길목에 있는 송도수협위판장이 대신하고 있다.


임자도 주변에서 잡힌 민어들은 죄다 이 위판장으로 모여든다. 오전에 찾은 위판장에서는 마침 민어 경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바닥에 얼음더미가 두껍게 깔렸고 그 위로 축구 선수 허벅지만한 민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작은 것은 5,6㎏였고, 큰 건 10㎏를 훌쩍 넘었다.


민어가 가장 많이 모이다 보니 값도 가장 쌀 수밖에 없다. 임자도보다도 이곳이 더 저렴하다. 위판장 바로 옆의 공판장에선 방금 경매를 마친 민어를 일반 소비자들이 살 수 있다. 보양수산(010_2310_9049) 중매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수치(숫민어)는 ㎏당 2만5,000원~3만원 선이다. 다른 생선과 달리 민어는 암컷보다 수컷을 더 쳐준다. 암치(암민어)는 알이 너무 많고 살도 푸석거려 수컷에 비해 ㎏당 7,000~8,000원 싸다. 각 점포에 전화로 주문하면 냉동 포장해 택배로 보내 주기도 한다. 위판장 옆에 회 떠주는 곳도 있다.


민어는 고기가 크다 보니 부위별로 맛도 다르다. 또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이곳 사람들이 '풀'이라 하는 부레는 민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다. "홍어의 진미가 애라면 민어엔 부레가 있다"고 한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단연 최고로 친다. 껍질은 살짝 데쳐 먹으면 쫄깃 거리고, 뼈는 잘게 썰어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


위판장을 뒤로 하고 민어들이 뛰어 논다는 임자도로 향했다. 지도의 점안선착장에서 철부선에 올라 20분쯤 눈을 붙이고 나니 섬에 도착했다.



국내서 가장 긴 백사장을 자랑하는 대광해수욕장.


임자도는 부자섬이다. 바다는 민어 말고도 병어 새우로 풍부하고 땅에선 대파밭 양파밭 염전이 돈을 긁어다 준다. 선착장에 내려 섬 반대편으로 내처 달리면 대광해수욕장이다. 한국에서 가장 긴 백사장이다. 길이는 무려 12㎞.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걷는다면 3시간은 족히 필요한 거리다.


대광이란 재미없는 이름은 주변 대기리와 광산리의 앞 글자를 따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원래는 베틀을 닮았다는 한틀마을(대기리)의 뒤쪽에 있다고 해서 '뒷불'이란 순 우리말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엉뚱한 지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모래는 가늘고 부드럽다. 고개를 숙이고 본 백사장에는 엽낭게들이 먹이를 취하고 뱉어 낸 작은 모래뭉치들로 만들어진 수천 수만 개의 모래 구슬이 깔려 있다.


섬의 남쪽에도 아름다운 백사장이 있다. 가까이 이웃하고 있는 어머리해수욕장과 은동해수욕장이다. 찾아오는 이들이 드물어 한적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들이다. 어머리해수욕장 모래톱 끝에는 용난굴이 있다.


해안 바위 사이에 세로로 길쭉하게 뚫린 굴이다. 물이 빠지면 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좁고 축축한 굴 안을 따라 들어가면 반대 쪽으로 눈부시게 열리는 새로운 바다를 만나게 된다.


어머리해수욕장에서 오른쪽 임도를 타고 오르면 숨을 은(隱)자를 쓰는 은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작은 옥섬을 거느린 해수욕장이 한없이 아늑해 보인다.


임자도(신안)= 글·사진 이성원기자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주소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38&aid=0002023886

공유하기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21-04-09 10:28
조회
317
알려드립니다
번호제목등록자등록일
1임자도 기사 났네요.

관리자

04-09